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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131005 비교하면 절대 행복해질수 없어

10월 5일 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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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 1억보다 5000만원을 택하는 바보같은 이유
머니투데이 | 2013.10.05 오전 6:00
머니투데이 | 2013.10.05 오전 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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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권성희 부장][[줄리아 투자노트]]

사회에 진출한 뒤 학교 동창회에 나가기 가장 싫은 연령대가 있다면 40대가 아닐까 싶다. 물론 자신의 처지가 별 볼 일 없을 때는 늘 동창회에 나가기가 싫은게 사실이다. 학교 때 나보다 공부를 못했는데 더 좋은 대학에 갔거나 나보다 더 못한 대학을 나왔는데 더 좋은 직장에 들어간 친구가 있으면 더더욱 그렇다.

그럼에도 20대나 30대 때는 그럭저럭 동창회에 가게 된다. 아직은 역전할 기회가 남아 있다는 생각이 무의식 중에 깔려 있기 때문일 것이다. 예컨대 내가 대학은 너보다 못한데 갔지만 직장은 더 좋은데 갈 수 있다거나 너보다 직장은 못한데 갔지만 결혼은 더 잘할 수 있다거나 또는 지금은 모든 처지가 별 볼일 없지만 알뜰살뜰 투자해 재산으로는 너를 이길 수 있다거나 하는 자존심이, 20대와 30대에는 여전히 가능하다.

하지만 40대에 접어들면 역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은 점점 더 사그라지고 사회에서 지금의 내 위치가 고착화되어 가고 있다는 것을 서서히 인정하게 된다, 지금보다 더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보다는 지금보다 더 나빠지지만 않으면 다행이라는 초조감이 더 커지게 된다.

이 때문에 나보다 공부도 못했고 직장도 못했지만 지금 나보다 더 잘 나가고 잘 사는 친구가 있을 때 동창회는 정말 가기 싫은 곳이 된다. 안 그래도 점점 떨어져가는 자신감을 잘난 친구를 바라보며 자존심의 상처로 확인하고 싶지는 않은 것이다.

그러고 보면 우리의 자존심이란 것은 남과 비교를 통해서만 올라가고 내려가는 것일 뿐 자아에 대한 절대적인 가치 평가로 결정되는 것은 아닌 듯하다. 흥미로운 점은 이 같은 비교의식이 금전적 이익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자주 자신의 금전적 이익을 희생하면서까지 자존심을 지키려 하기 때문이다.

하버드대학 보건대학원이 1995년에 진행한 실험은 이 같은 사실을 여실히 드러낸다. 당시 연구자들은 실험 대상자들에게 다음 2가지 중에 하나를 선택하도록 했다.

1. 다른 모든 사람들이 연봉 2만5000달러를 받는데 당신만 5만달러를 받는 상황.
2. 다른 모든 사람들이 연봉 20만달러를 받는데 당신만 10만달러를 받는 상황.

금전적 이익으로만 따지면 당연히 2를 선택해야 하지만 실험에서는 대상자의 50%가 1을 골랐다. 절대적인 연봉 수준이 줄더라도 남들보다 더 받는게 낫다는 것이다.

최근 암스테르담 대학의 조나 린드 교수와 조엡 소네만스 교수가 진행한 실험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이 실험에서는 비슷한 수준의 두 사람을 짝 지워 게임을 하게 한 뒤 게임 결과에 따라 상금을 받을 수 있는 로또를 지급했다.

각 로또에는 자신이 받을 수 있는 상금과 상대방에게 배당되는 상금, 그리고 어떤 선택을 내릴 때 부담하게 되는 리스크 등이 표시돼 있었다. 이 결과 실험 참가자들은 언제나 리스크를 낮춰 자신이 상금을 받을 확률을 높이는 선택을 하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그저 상대방보다 더 잘하는 결과가 나오는 선택을 했다. 상금을 받든 말든 상관없이 무조건 상대방보다는 잘 해야 한다는 심리가 사람들의 의식 속에 존재한다는 얘기다.

뉴욕타임스에서 ‘스케치보이’라는 고정 칼럼을 쓰고 있는 칼 리처드는 '다른 사람들과 금전 비교를 조심하라'는 글에서 남보다 더 잘나 보이려고 금전적 손실마저 감수하는 이런 성향에 대해 "남보다 더 큰 신발을 신겠다며 사이즈에 맞지도 않는 큰 신발을 사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상당한 비용을 치르고라도 남들보다 더 나아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우리는 정말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것과 실제 행동하고 선택하는 것 사이에서 심각한 괴리를 겪게 된다. 게다가 목표에 맞춰 결정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주위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해 결정을 내리게 되고 이 결과 우리가 내린 결정에 스스로 만족하지 못하게 된다.

남들과 비교하게 되면 우리의 목표는 늘 바뀌게 된다. 주위에는 나보다 잘난 사람이 언제든 존재하기 마련이다. 결과적으로 남과 비교하는 삶을 살게 되면 스스로 목표를 이뤘다고 만족해할 수 있는 시간은 영영 찾아오지 않게 된다.

남과 비교할 때 더 큰 문제는 우리가 조절할 수 없는 변수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남의 인생을 우리가 조절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우리는 그저 최선을 다해 우리의 인생을 살아갈 수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자신의 인생이 돈이나 지위 측면에서 남보다 못하다고 느낀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남과 비교에서 오는 이 같은 패배감은 오로지 우리 마음 속에 남을 평가절하하려는 마음, 자존심이 아니라 자만심일 뿐인 이같은 마음을 억제하려는 적극적인 노력을 통해서만 극복할 수 있다.

뉴욕타임스의 리처드는 어떤 선택을 할 때 이 선택이 남보다 더 잘하려는 것에, 또는 남을 깎아 내리려는 것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한번 걸러보라고 지적했다. 남과 비교하지 말고 자신의 절대적인 기준에 초점을 맞춰 결정하고 선택하는 것이 자신의 행복과 성공에 더 가까이 다가가는 길이라는 조언이다.

덧붙임) 동창회 얘기를 마무리짓자면 50대가 되고 60대가 되어 나이가 들어갈수록 동창회는 조금 더 마음 편하게 참여할 수 있는 곳이 되어간다. 어차피 퇴직할 나이가 다가올수록 사는 것이 거기에서 거기라는 것을 느끼게 되고 세상에 공짜는 없다거나 (잘난 그 친구도 가슴 아픈 사연 하나쯤은 갖고 있기 마련이다) 인생사 새옹지마라는 생각을 갖게 되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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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희부장 shk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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