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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크송의 진정한 완성작, 그리고 반의 완성 SHINee

 

샤이니 - Ring Ding Dong  

 

후크송의 진정한 완성작, 그리고 반의 완성 SHINee

 (퍼온 글)

 

 

 

아이돌, 그리고 후크송. 이제 이 둘은 서로 떨어뜨려놓고는 말하기 어려운 사이가 되어버렸다. 원더걸스 Tell Me가 그야말로 초대박을 터뜨렸던 2007년 이후,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따라 부르기 쉽고 듣고 나면 후크 부분이 기억 속에서 떠나가지 않는 곡, 그 곡 하나로 승부를 걸기 시작했고, 이 현상은 2010년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후크송은 다 똑같다, 저게 무슨 음악성이냐’ 소위 ‘나 음악 좀 한다’ 하는 사람들은 이렇게 거침없이 비난하면서 숨겨진 보석이라 불리는 인디음악들을 찾아듣지만, 사실 단순한 후크송에도 엄연한 급이 있다는 게 내 주관적인 생각이다. 그리고 오늘, 내가 여태까지 들었던 후크송 중 가장 완성도가 높은 곡을 하나 평가해보고자 한다.

 


작년 9월, 처음 Ring Ding Dong(이하 링딩동) 뮤비를 보고 나서 한참을 멍했던 그 때를 아직도 난 기억한다. 이 느낌을 뭐라고 표현해야 할 지 난 당최 감을 잡을 수 없었다. 사실 이전부터 크게 관심 가지던 아이돌이 아니었기 때문에, 누가 종현이고 누가 온유고 하는 것도 하나도 몰랐다.(난 그저 이 그룹이 불렀던 줄리엣이라는 노래가 아이돌이 부른 노래 치고는 정말 좋은 노래였다 하는 것만 기억하고 있었다) 이 노래 뒤에서야 샤이니라는 그룹에 엄청난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이다. 나의 머리를 계속해서 울리던 노래하나 때문에.

 

 


얼마 전 지인에게 웃긴 소리를 들었다.

 


링딩동을 한 번도 안 들어본 사람은 있어도 딱 한번만 들어본 사람은 없다더라.

 


빙고. 난 이 뮤직비디오를 처음 본 즉시 그 자리에서 세 번 연속 플레이를 하고 눈을 감았다. 이건 정말이지 엄청난 울림이었다. 온 노래가 ‘나 중독성 있어’하는 멜로디로 도배가 되어있었다. 이 노래가 웃긴다고? 처음에는 나도 좀 웃긴다고 생각했다. 유치하다고? 난 사실 지금도 가사는 약간 유치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샤이니 타이틀 중 최악이라는 리뷰를 몇 개 봤는데, 난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유치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어느새 노래를 찾아듣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대중가요라는 것은 말 그대로 듣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원하든 원치 않든 계속 듣고 있다면 그건 그렇게 비난할만한 수준이 아닌 곡이라는 것이다. 이건 SM초반 사회비판의 가사와 함께 기승전결이 완벽하게 그어졌던, 소위 말하는 ‘폭발하는 곡’만 발표하던 유영진의 엄청난 변화였다. 난 변화에 감탄했다.

 

 

유영진은 90년대부터 거의 SM내에서는 신 급으로 추앙받았다. H.O.T.는 유영진에게 절을 해야 할 정도였다. 그가 뽑아낸 사회비판적 가사, 클래식 샘플링을 접목시킨 세심한 편곡 등은 사람들이 아이돌에 열광하도록 만들었고, 그와 더불어 SM은 ‘아이돌의 명가’라는 타이틀을 달고 엄청난 스타제조기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거의 아이돌만의 시대였다고 봐도 좋다. 하지만 2004년 동방신기로 이 스타일이 대물림되면서 유영진은 시대의 흐름을 역행한다는 비난을 듣기 시작한다. 너무 오래 써오던 작법, 너무 확고한 스타일이 유영진을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으로 만들어놓고 만 것이다. 하지만 그 생각도 잠깐. 우리가 모르는 새에 유영진은 조금씩 새로운 변화를 온몸으로 느끼며 자신만의 스타일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있었다. 시대적 변화의 흐름을 타지 못하고 동방신기 타이틀 쓰리콤보(Tri-angle, Rising Sun, 오정반합) 이후 헤매던 유영진이 슈퍼주니어 쏘리쏘리로 새로운 변화에 발맞춘 건 정말이지 놀라운 일이었다. 그렇게 후크송을 뽑아내며 연습을 하더니 링딩동에 이르러 후크송의 완성단계를 그려낸 것이다.

 


난 정말 한 노래 안에서 후크 3개가 내 귀를 때릴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1. Ring Ding Dong, Ring Ding Dong, Ring Diggy Ding Diggy Ding Ding Ding

 

2. We wanna go rocka, rocka, rocka, rocka, rocka, rock -fantastic, fantastic, fantastic, fantastic  elastic, elastic, elastic, elastic


3. Babe 내 가슴을 멈출 수, Oh crazy!

너무 예뻐 견딜 수 Oh crazy!

너 아니면 필요 없다 Crazy!

나 왜 이래-

 

 

3번 후렴구를 과연 후크로 봐야할까 말아야할까 잠시 고민했지만, 단순하고 멜로디 있는 가사, 한번 들으면 기억하기 쉬운 곡이 후크송의 정의이므로 사실 일정한 음에 각운으로 맞아떨어지는 가사는 충분히 후크라고 할 수 있다.

 


누군가 샤이니가 SMP를 한다! 라고 하는데, 전혀 아니다. 이건 완전히 대중 트렌드에 발맞추고 거기에 SM 특유의 느낌을 더한 나름대로의 고급사운드 후크송이다. 링딩동을 듣고 대체 누가 긴머리 하고 눈을 치켜뜨며 소리를 지르던 H.O.T.와 신화, 동방신기를 떠올렸는가. 이건 시대를 역행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반대방향으로 업그레이드 한 것이다. 3개의 후크를 동시에 한 곡에서 플레이시키는 대담함, 아프리카 타악기 사운드의 참신함, 빠르고 돌림성강한 비트에 잘 맞춘 내용과 함께 각운을 제대로 남긴 가사, 반주가 단 한 부분도 없어서 질릴 법 한데도 절대 질리지 않도록 적절하게 곡을 섞은 노련한 유영진의 편곡실력이 아주 이 곡에서 ‘반짝반짝’ 빛을 발한 셈이다. 덕분에 샤이니도 이 노래로 대박을 터뜨렸으니,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결과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역시 ‘사회트렌드에 걸 맞춘 최신곡' 스타일인 만큼 샤이니 특유의 매력을 잃었다는 평도 피할 수 없다. 샤이니는 이 노래로 상업성을 엄청나게 얻었고, 샤이니하면 떠오르는 특유의 상큼함을 약간 잃었다. 분명 유행 따라 이동하는 철새팬들을 엄청나게 얻고 샤이니 하면 상큼함에 몸을 떨던 고정팬들을 약간 잃었으리라. 굳이 말하자면 이 노래는 명곡이 아니라 슬림하게 잘빠진 곡이고, 몇 년이고 계속 듣는 노래가 아니라 지금은 미친 듯이 플레이하지만 솔직히 올해 중반 쯤 되면 희미하게 잊혀질 소모성곡이다.

 

 

누가 어떤 파트를 부르느냐는 이 노래를 듣는 대중들에게 그리 중요하지 않다. 대중들은 이 노래를 듣고 난 뒤, 그저 반복되는 3개의 후크만 기억에 남을 뿐이다. 타이틀적인 측면과 퍼포먼스적 측면에서 이 곡은 완벽했지만, 이 실력 좋은 아이돌의 음악성을 나타내기에는 이 노래가 가진 폭이 너무나도 좁았던 것이다. 그래서 다음 앨범에서는 어떻게 해서는 음악성을 조금이라도 내세워야 한다. 발라드를 들고 나오라는 얘기가 아니라, 타이틀이 줄리엣 정도는 되어주어야 앞으로 샤이니의 행보에 그늘이 지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이 노래는 들어보면 알겠지만 음악성은 거의 가뭄에 콩 나듯 몇 부분 밖에 찾아볼 수가 없다. 이 노래의 가장 안타까운 점이다. 게다가 이 노래를 듣다보면 딱 한 가지 드는 생각. ‘이 노래에서 진정으로 살아남은 멤버는 종현, Key 둘 뿐이다’하는 것이다. 그것도 종현은 워낙 아무 노래나 던져줘도 다 받아먹는 기적 같은 아이돌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고, Key는 정말 이 노래와 완벽하게 맞아떨어진 컨셉 덕분에 살아남은 것이었다.

 

 
처음부터 나오는 매력적인 종현의 선창에는 분명 청자의 귀를 끌어당기는 마력이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초반부터 밀어붙이는 곡이라면 분명히 끝에 가서는 엄청나게 내지를 것이라는 예상에, 처음 10초정도 살짝 걱정했다. ‘도대체 어떻게 라이브를 하려는 거지. 게다가 이렇게 초반부터 밀어붙이면 2분도 안가서 질리는 곡이 될 텐데’ 하지만 ‘역시 유영진’이라는 말은 괜히 나오는 게 아니었다. 종현의 선창에 뒤이어 밀어닥치는 후크의 습격. 그리고 이어지는 1절 Butterfly-. 키-온유-태민-종현-떼창으로 이어지는 안정적인 구도. 분명 반주가 나와야 하는 부분인데 후크가 하나 더 나오기 시작하질 않나. 더 장관이었던 2절 종현의 Butterfly였다. 그리고 민호의 부족함을 최대한 드러내지 않으면서 깔끔하게 마무리 지은 랩. 긴장감을 끊이지 않게 하는 Break out 파트. 그리고 절정. 끝날 때까지 구성도 깔끔했다. 그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이 클라이막스다.

 


사실 난 불안해 어떻게 날 보는지 어쩌면, 어쩌면, 내게 호감을 갖고 있는지 몰라 이토록 안절부절 할 수밖에 없어 돌이킬 수 없는 걸 complicate girl (절대 NO란 대답하지 마) 나 괜찮은 남자란 걸 (내가 미쳐버릴지 몰라) don't be silly girl (silly girl) you're my miracle (my miracle) 너만 가질 수 있다면 내겐 다 필요 없는 걸(후략)

 


클라이막스는 유영진의 특성상 종현이 엄청나게 내지르게 될 거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종현은 깔끔하게 마무리 지으며 끝내버린다. 그리고 바로 온유의 부드럽고도 강렬한 터치로 재시작되는 노래. 유영진의 변화는 여기서 또 한 번 드러난다. 사실 유영진의 그 전 노래 ‘소원을 말해봐’에서도 태연이 소리를 질러야 할 클라이막스를 티파니가 DJ put it back on 한번 하고 끝내버리고, 바로 떼창이 연결되었었는데(그리고 뒤에 가야 태연 한 명이 나머지 여덟 명의 목소리를 먹어버리는 8 : 1 파트를 들을 수 있다), 이것은 유영진의 본격적인 변화를 예고한 것이었다. 실제로 링딩동에서의 마지막 떼창은 꽤나 인상적이다. 난 이걸 이렇게 부르고 싶다. 4명의 떼창 vs 종현의 HEY!!!!!

 


사실 이 곡에서 가장 문제점이라 하면 온유가 워낙 이 곡과 안 어울려서 파트가 별로 없었던 바람에 종현의 파트가 엄청나게 많아졌다는 점이고, 그 때문에 이 노래가 그야말로 종현의 놀이터가 되어버렸다는 점이다. 이건 분명히 온유 뿐만 아니라 종현에게도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왔다. 종현의 목소리는 말 그대로 보물이었는데, 링딩동 행사 몇 번 방송 몇 번에 목이 망가져서 컨디션이 안 좋을 때는 정말 힘들게 노래를 부르는 걸 몇 번 봤다. 태민이 신종플루 판정을 받고 나오지 않았을 때의 음악방송을 한번 봤는데, 종현이 너무 무리하게 목을 쓰고 있어서 보는 내가 ‘저러다 성대결절 오겠다’할 정도로 조마조마할 지경이었다. 게다가 노래 자체가 지나치게 종현 중심으로 흘러가지만 않았더라도 이 곡은 훨씬 긴장감이 높았을 것이다. 온유가 없어도 태민과 Key가 있으므로 충분히 더 긴장감 있게 뽑아낼 수 있었을 거라 생각하는데 말이다.

 


2절 시작부분 ‘I called you. butterfly! 날이 가면 갈수록 못이 박혀 너란 Girl 헤어날 수 없다는 거-’이 부분은 굳이 종현이 해야 할 필요가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종현이 여기서 ‘못이 박혀’를 워낙 특이하게 잘 소화해냈기 때문에 흠잡을 데는 없지만, 아무리 리드보컬이라도 이렇게 까지 막 쓸 필요까지는 없다. 여기서는 태민과 Key가 나눠부르는 게 조금 더 나았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butterfly를 여기서 다시 한 번 Key가 맡아서 이 곡에서의 자신의 무게감을 확실히 Key가 구축하고, 그 뒤에 태민이 연결 지으면서 여유롭게 끝냈으면 좋았을 것 같다. 그래야 깔끔하게 종현이 ‘널 책임져야해’를 내지르고 그 뒤에 한명이서 네 명의 떼창을 다 잡아먹는 4 : 1 HEY!!! 배틀을 더 텐션 있게 하지 않았을까.

 

 
여기서 또 한 가지 안타까운 점은 바로 민호다. 민호가 이 곡과 분위기는 아주 잘 어울렸지만, 이 곡이 추구하는 빠르고, 높고, 강한 비트와는 목소리 자체가 어울리지 않았기 때문에, 유영진도 랩 파트에서 잠깐 텐션을 낮추고 민호 파트를 집어넣은 거라는 느낌이 든다. 민호는 원래 나레이션이나, 저음 랩이 굉장히 매력적인 보이스다. 그래서 한 가지 생각해보건 데, 만약 이 곡 맨 앞부분 종현의 선창 전에 민호의 몇 마디를 살짝 집어넣는다면, 아주 훌륭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갑작스러운 종현선창‘베이베’의 습격이 매우 매력적인 요소인 건 맞지만, 이게 샤이니 노래라는 것을 확실히 인증해주는 저음 몇 마디만 넣었어도 꽤나 잘 어울렸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마치 신화 노래 시작 전에 에릭이 온갖 포스 다 잡고 몇 마디 하는 것처럼, 동방신기 오정반합 시작 전에 유노윤호가 잠깐 춤추는 부분처럼 말이다(그렇다고 민호에게 춤을 시키라는 건 절대 아니다. 그런 타임을 확보를 해서 이 아이의 존재감을 어쨌든 살리란 소리다). 그럼 링딩동 시작전 샤이니 무대에 시선을 집중하게 만드는 효과도 더불어 가져올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실제로 무대에서는 링딩동 스타트가 정말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 종현선창의 포스가 하나도 살지 않는단 말이다)

 

 

 

 

 

링딩동 무대 - 또 하나의 긴장감

 

 

 
처음 무대를 보고 든 생각은 이거였다. ‘얘네는 도대체 춤을 누가 다 지어주는 거지?’ 줄리엣 때도 ‘야 얘네 안무 하나는 진짜 끝장이네’이러면서 봤었는데 링딩동 역시 나의 기대를 어긋나지 않았었다. 모든 무대를 헛고생으로 만들어버리는 발카메라의 공격을 제외하고는 모든 것이 괜찮았다. 전체적인 구도도, 춤도, 의상도, 특히나 라이브도.

 


처음에 가장 놀랐던 점. 앞에 두명이 춤을 추면 뒤에 세명이 자연스럽게 떼창을 하고 위치가 바뀌면 다시 뒤로 가는 멤버가 베이스를 깔고 앞에 멤버가 춤을 추고 있는 구조였다. 우연의 일치는 아닐 것이고, 그렇다면 라이브를 생각하면서 무대를 구상했다는 소린데, 그 구성이 좀 놀라웠다. 그 복잡한 무대에서 그 구조를 생각했다니.

 

 
그런데 여기서 다른 그룹들과 완전히 다른 하나의 차이점을 찾아냈다. 바로 쉴 새 없이 파트가 바뀐다는 점이다. 씨디로 들을 때는 파트가 그렇게 복잡하구나 하는 생각은 별로 못했는데, 이렇게 일일이 파트를 나열하고 보니 정말 엄청나게 복잡하다. 기본 베이스부분을 까는 사람도 각 파트마다 다 정해져있고, 락카락카(?)부분도 누가 하는지 다 정해져 있다. 잘 모르겠다고? 그저 다 떼창인 것 같다고? 지금부터 이 노래 파트 순서를 보고 어떤 파트인지 한번 맞춰보길 바란다. 전곡의 파트 분배 순서를 다 나열한 것이다. 성공한다면 당신은 샤이니 무대를 적어도 50번쯤은 살펴본 팬일 가능성이 크다.

 

 
(종현)(온유,key)(종현,민호,태민)(key)(온유)(태민)(종현)(ALL)(태민)(ALL)(민호)(ALL)(온유,key)(종현,민호,태민)(온유,key)(태민)(온유,key)(온유)(종현,민호,태민)(키)(종현,민호,태민)(종현)(key)(민호)(온유)(민호)(태민)(종현)(ALL)(민호)(key)(ALL)(종현)(key,태민)(온유)(종현)(온유)(민호)(종현)(태민)(key)(민호)(온유)(태민)(종현)(ALL)(온유)(ALL)(key)(ALL)(종현,민호)(온유,key,태민)(종현,민호)(태민)(종현,민호)(민호)(온유,key,태민)(종현)(ALL)

 


이건 정말로 정교함과 세심함의 끝을 달리는 파트분배다(다르게 말하면 조잡함의 극치). 살면서 수없이 많은 아이돌 무대를 봐왔지만 이렇게 파트 많이 쪼개고 분배한 아이돌은 정말로 처음 봤다. 이게 얼마나 정교한 파트배분인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면 요즘 소위 제일 잘나간다는 2PM의 heartbeat파트분배를 한번 살펴보자. 확실히 비교가 되면서 얼마나 링딩동이 정교한 편에 속하는지 감이 올 것이다(참고로 샤이니는 멤버가 다섯 명, 2PM은 heartbeat에서 노래 부르는 멤버가 6명이다-재범 포함 7명).

 


(닉쿤)(택연)(찬성)(우영)(준호)(준수)(우영)(닉쿤)(준호)(준수)(우영)

 

 
이제 확실히 다른 그룹과 차이가 드러난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파트분배의 정교함이라는 것의 의미를(이건 실력 차이나 뭐 그런걸 나타내는 게 아니므로 오해는 없었으면 한다). 이제 이런 정교한 파트분배의 좋은 점과 나쁜 점을 한번 생각해보자. 사실 ‘짧은’ 몇 마디를 ‘자주’ 노래하는 것과, ‘길게 한 마디’ 노래하는 것은 댄스그룹의 퍼포먼스에 있어서 큰 차이를 가져온다. 일단 라이브 실력이 웬만큼 받쳐지지 않고는 힘들다. 사람 관점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렇게 생각해보자. 여기저기 널려있는 자신의 파트를 그때그때 짧게나마 소화해내기 위해서는 꽤나 엄청난 집중력이 필요하다. 숨고르기를 몇 초 전부터 들어가야 하는 걸 생각하면 길지는 않더라도 오만 곳에 널려있는 파트는 부담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자신의 파트가 한 곳에 집중적으로 분포되어있으면, 그 파트가 끝나고 나서는 춤만 춰도 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힘이 덜 든다. 파트 하나 맡는 대신 그 파트가 너무 길다면, 어차피 개인파트이기 때문에 개인 동작 하면 된다. 서서하든 앉아서 하든 개인이 담당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카메라에만 잘 잡히면 되는 것이다. 확실히 댄스가수에게는 파트가 난장판으로 널려있는 것보다는 긴 파트라도 하나만 있는 것이 유리하다. 그런 면에서 샤이니는 굉장히 불리한 조건이었다.

 

 

게다가 이렇게 정교하게 파트를 세팅하게 되면 모든 각 파트마다 그 멤버를 가운데 세울 수가 없게 된다. 저걸 일일이 가운데 다 세우려면 링딩동 무대 버전을 적어도 세 개는 만들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자기 파트를 끝에서 하는 멤버가 생기게 된다.(나중에 Key에 관한 부분을 언급하겠다) 그러다보면 무대가 산만해지기 쉽고, 카메라에 몇 번 비추지도 않고 춤만 추다가 들어가는 멤버도 생기게 된다. 게다가 샤이니처럼 춤이 많이 어려운 무대에서는 카메라마저도 헤매서 허둥지둥 거리다가 3분을 그냥 날려버린다. 무대가 정말로 복잡하다. 하지만 복잡한 만큼 보는 사람의 긴장감은 최고이다. 쉴 새 없이 사방에서 다른 사람이 눈과 귀를 때리기 때문에 지루하다거나, 재미없다거나 하는 문제는 생기지 않는다. 노래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UP-상태 그대로 가져갈 수 있단 얘기다. 링딩동 노래 자체가 처음부터 그런 의도로 만들어지기도 했고. 그 다음, 집중도는 무대를 어떻게 만드느냐, 카메라가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그런 의미에서 카메라를 잡아내는 태민의 포스는 박수를 아끼지 않을 만하다. 센터에서 가장 유연하게 무대의 중심을 잡아주는 멤버로써 태민의 역할은 아주 훌륭하다. 데뷔 때부터 지금까지 메인댄서였던 태민은 이제 퍼포쪽에서는 팀내 원톱으로 굳히기에 들어가고 있는 듯하다.

 

 


여기서 가장 안타까운 게 Key의 위치였다. 샤이니 무대를 자세히 보면 알겠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Key가 센터에 서있는 순간이 단 하나도 없다. Key가 링딩동 무대에서 센터를 차지하지 않는 것. 난 이걸 샤이니 이번 앨범 최대의 실수라고 말하고 싶다.

 


링딩동 뮤비를 몇 번 본 사람은 알겠지만, 이건 완전히 종현과 Key만을 위한 곡이었다. 온유는 앞에서도 말했다 시피 목소리는 음색이 정확해서 맞아떨어질지 몰라도 컨셉 자체가 굉장히 링딩동과 맞지 않았고, 그래서 이번 앨범에서 베이스로 나머지 멤버들을 받쳐주는 것에 만족할 수밖에 없는 위치였다. 민호는 전면에 내세우기에는 사실 실력이 많이 부족하다. 라이브실력이 부족하다거나 뭐 그런 ‘연습부족’으로 인한 문제가 아니라 단순한 경험 부족에 트레이닝 부족이 원인인 문제 말이다. 마지막, 태민이 링딩동 뮤비에서 한껏 여유로운 모습을 보여주기는 했지만 여전히 태민은 남자의 포스를 내기에는 부족했다. 춤을 잘 추는 것과 곡에 맞는 포스를 내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 여기서는 당연하게, 정말 당연하게 종현과 Key를 투톱으로 내세웠어야했다. 금발소년에서 차가운 사선앞머리로 완벽하게 이미지 변신에 성공한 Key와 노래 자체를 완벽하게 잡아먹은 종현. 이 둘이야 말로 링딩동 무대의 핵심이었는데 말이다.

 

 

 

 

 

About SHINee

 

 


실제로 종현은 센터에 굉장히 많이 서있지만 Key는 그렇지 못했다. 이런 면에서 SM은 융통성이 부족하다는 소리를 늘 들어왔다. 미는 멤버만 밀기. 이 노래에 이 멤버가 잘 어울린다 싶으면 이 멤버 중심으로 무대를 꾸미고, 저 노래에 저 멤버가 잘 어울린다 싶으면 저 멤버 중심으로 무대를 꾸미고. 이런 융통성을 발휘할 줄 알아야 각 앨범마다 뜨는 멤버가 따로 있어서 나중에 고루고루 인기를 분배할 수 있는 건데, 이건 뭐 데뷔 때부터 주구장창 춤은 태민 노래는 종현 비쥬얼은 민호 도대체 온유와 Key를 왜 사이드로 빼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다.

‘샤이니의 최대 수혜자는 태민이요 샤이니의 최대 피해자는 Key.’ 데뷔 때부터 얘네한테 늘 있었던 말 같은데 이건 절대 부정할 말이 아니다.

 


태민과 Key의 춤은 사실 뿌리부터 다르다. 태민은 그 특유의 우아함과 유연성, 어린 나이 답지 않은 포스로 무슨 춤을 추던 간에 자신만의 분위기를 내는 스타일이다. 무슨 노래를 하든 태민의 방식, 태민의 느낌이 그대로 녹아 있어서 저절로 눈에 띈다. 그래서 늘 중앙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편이다. 그야말로 눈에 확 들어오기 때문이다. 게다가 처음부터 이 멤버가 가지고 있던 스타성. 스타성 하나만큼은 정말 팀 내에서 태민을 따라갈 자가 없다. 무대 하나를 설 때도 태민만의 포스가 사는 것이 포인트. 하지만 Key는 곡에 자신의 춤을 녹이는 스타일이다. 파워풀한 곡이면 파워풀한 느낌, 발랄한 곡이면 발랄한 느낌, 무슨 노래든지 완벽한 강약조절, 조화. 그래서 무슨 노래로 무슨 춤을 추든 위화감이 없이 굉장히 어울린다는 느낌을 받는다. 인터넷에서 여 그룹들의 춤을 따라 추는 것을 몇 번 봤는데 이는 그냥 넘길 일이 아니다. 이 멤버가 얼마나 소화력이 뛰어난가는 보여주는 절대적 증거라고 할 수 있겠다. 실제로 샤이니가 SMP와 비슷한 공연을 하거나, 샤이니 곡이 아닌 다른 가수의 곡을 할 때마다 가장 눈에 띄게 잘 소화해내는 건 태민이 아닌 Key이다. (이 리뷰 하나 쓰기 위해서 샤이니 춤추는 영상 굉장히 많이 봤네요)

 

 

워냑 데뷔 때부터 샤이니가 어린 연하남의 이미지, SMP를 안하는 SM아이돌, 소년적인 이미지를 많이 강조해왔기 때문에, 태민은 그 이미지로 대표되는 캐릭터, 중심에 있었고 Key는 상대적으로 사이드에 많이 있었는데, 앞으로 샤이니 인기의 지속을 위해서는 반드시 개선해야 할 문제점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퍼포에 있어서 태민과 Key 투톱으로 가야 더 이상의 손실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객관적으로 볼 때 여태까지 샤이니의 행보에 있어 Key의 비중 없는 활동은 굉장히 손실이라고 여겨진다.

 


더불어 민호의 존재감은 더 숨기거나 드러내거나, 둘 중 하나로 극명하게 갈라놓아야 할 때라고 여겨진다. 작년 9월이었나, 10월이었나. 멤버 태민이 신종플루에 걸려 빠졌을 때의 한 음악프로 링딩동 무대를 본 적이 있다. 굉장한 충격이었다. 첫째는 센터 태민이 없으니 무대가 굉장히 어색하다는 것이었고, 둘째는 태민의 자리를 잠깐 대체한 민호가 태민의 파트를 너무 소화를 못했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민호는 아예 실력이 없다기 보단 기복이 심한 편으로 보인다. 그 때 민호의 실력에 상당한 충격을 먹고 나서, 민호는 보컬로는 전혀 아니다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로부터 며칠 후였다(몇 주 후였나? 그 때도 태민이 나오지 않았으니 아마도 며칠 후지 않나 싶다). 김정은의 초콜렛에 나와서 L.O.V.E 부를 때는 정말 깜짝 놀랄 정도로 ‘이 멤버가 이렇게 잠재력 있는 멤버 였나’싶었다. 정말로 깔끔하게 소화를 잘 해내서, 그 때 그 무대 망치던 멤버가 저 멤버 맞나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비쥬얼은 탑인데도 불구하고 실력 때문에 센터를 세우지 못하니까 최대한 이 멤버에게 기회를 많이 주려고 SM에서 노력하는 게 눈에 보인다. 태민이 없을 때 링딩동 무대에서 센터를 서던 것도 아마 그 기회 차원이지 않았나 싶다. 하지만 그것보다는 조금 더 전략적이게 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 민호를 출발 드림팀에 고정으로 출연시킨 것과 자잘한 케이블 오락프로에 출연시키지 않은 것은 정말로 탁월한 선택이었다. 출발드림팀 덕분에 민호는 엄청난 청, 장년층의 팬을 확보할 수가 있었다. SM은 이런 안목을 계속 유지해 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 무대에서는 확실히 이 멤버의 효과를 극대화시켜야 한다. 짧게, 그렇지만 강렬하게 나오는 민호. 이 이미지를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 무대에서 민호를 최대한 뒤로 빼고, 한 파트, 아니면 두 파트, 그 때만 확실하게 센터로 밀어 시선을 집중시키는 방법을 써야한다. 실제로 민호는 키도 크고 비쥬얼도 괜찮아서 상당히 포스가 있는 편이지만 샤이니 내에서 춤출 때 동선이 굉장히 안 예쁜 편에 속한다. 그러므로 춤출 때는 뒤로 쭉 뺐다가, 이 멤버의 파트가 나오면 나머지 멤버들이 아예 주저앉든지 엎드리든지 어떻게 하든 민호를 원샷을 잡게 해서 효과를 극대화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원래 비쥬얼 히든카드는 아무데나 꺼내드는 게 아니다. 짧지만 강렬하게, 이게 바로 비쥬얼 쇼크의 핵심이다. 소녀시대에서는 비쥬얼 탑 윤아를 끊임없이 센터에 세우지만, 그건 윤아가 소녀시대 이미지에 가장 잘 맞을뿐더러 그만한 포스를 춤출 때 보여주기 때문이고, 그것보다 신비스런 이미지를 조금 더 밀어야 할 민호는 최대한 숨겨놓은 비밀병기 같은 존재가 되어야 한다.

 


온유는 사실 좀 애매한 위치이다. 실력 상으로는 종현으로 인해 ‘샤이니’ 때문에 굉장히 피해를 본 케이스지만 온유라는 이미지에는 굉장히 ‘샤이니’가 플러스 요인이 되었기 때문이다. 각종 오락프로나 리얼리티에서 굉장히 리더답지 않게 덤벙대는 모습, 웃긴 모습으로 비춰졌던 것 같은데(지나가면서 한번 본 상상더하기 프로그램에서 이 멤버가 넘어지는 연기를 아주 실감나게 잘했었다, 오리흉내와 더불어) 샤이니 이미지메이킹에는 태민과 함께 투톱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래서 문제다. 그런 이미지 덕분에 종현에게 보컬로써의 위치를 점점 더 빼앗기고 있다는 느낌도 든다. 실제로 온유는 음을 정확하게 짚어내는 능력이 종현보다 약간 더 뛰어난 편인데, 성량이나 호소력, 전체적인 노래 실력 자체에서 약간 밀리는 편이기 때문에 그게 부각되질 못한다. 온유는 얼른 위치를 확실히 해서 이 애매함에서 벗어나야 한다. 자신만의 달달한 보이스, 정확한 음을 골라내는 능력을 최대한 많이 살리는 솔로곡을 자주 뽑아내서 어떻게든 ‘나도 보컬로서의 가능성을 최대한 살려다오’하는 자기 피알을 충분히 해야 하는 타이밍인 것이다.

 

 

 


어쨌든 나는 링딩동이라는 노래 하나에 꽂혀서 샤이니를 조사하기 시작했고, 이렇게 리뷰를 쓰기까지에 이르렀다. 어쨌든 미래가 기대되는 그룹임에는 분명하고, 앞으로도 TV에서 자주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때도 이렇게 나를 놀라게 하는 실력과 더불어. 이들의 실력은 이미 반은 완성이라고 본다. 간단하게 말하면, 종현은 뭐 계속 말하기 입아픈 데다가 이미 다른 평론가들이 실컷 칭찬했고, 태민도 늘 센터 서서 무대의 중심 잡는 거 보면 SM에서 놓아주질 않는다는 게 확실하기 때문에 춤실력이 녹슬래야 녹슬 수가 없다. Key는 끼가 철철 넘쳐 흐르고 재능이 충분하지만 회사가 방향을 잘못 잡아 이끄는 것 같아서 살짝 불안하고, 민호는 회사가 너무 밀어줘서 오히려 더 욕을 얻어먹는 케이스로 보인다. 저음 랩이나 나레이션 할 때 들어보면 기본은 되어있다고 본다. 위에서 내가 온유가 애매한 위치를 벗어나야한다고 하긴 했지만 그도 은근히 종현 자리를 위협할 정도로 뛰어난 보컬이고. 자, 내가 보기엔 딱 반이 채워졌다. 하지만 나머지 반을 어떻게 채우느냐에 따라서, 이들의 앞으로의 위치가 결정될 것이다. 계속 발전없이 그대로라면, 미래는 없을 것이 당연하다. 어떻게 발전하냐고? 당연히 연습과 노력이다.

 

 

피를 많이 흘리면 죽을까 무서워 사람들은 피를 흘리면서까진 노력하지 않으려 하지만,

헌혈해서 남 주는 사람도 있다, 피 흘리는 노력을 못한다는 말은 다 변명일 뿐.

 

 

내가 관심가지게 된 아이돌, 몇 년 후에도 TV에서 웃으면서 볼 수 있었으면 한다.